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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를 위해 고리를 끊어야 한다. - 미하엘 뮐러 대한축구협회 기술발전위원장 인터뷰

변화를 위해 고리를 끊어야 한다.

 

 

모처럼 구정 설에 아버님과 손흥민 스페셜을 보며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눴어요. "왜 저 얘는 영국에선 저렇게 잘하는데 한국만 오면 제 실력을 다 발휘하지 못하냐?" 이것이 얘기의 핵심이었습니다. 저는 영국에선 세계적인 선수들이 같이 뛰기 때문이고 한국에선 그만한 레벨의 선수가 없기 때문이고 다른 팀이 손흥민 선수를 집중 마크 하기 때문이라고 말씀드렸어요. 물론 여러가지 다른 요인들이 있을 것입니다. 체력적인 부분과 컨디션적인 부분 또는 전술적인부분 여러가지 요인들이 있을 것입니다. 그럼에도 답답한 마음이 있는 것은 대한민국 축구가 좀 더 압도적이고 강해지길 원하는 마음에서 하는 말입니다.

얼마전 미하엘 뮐러 대한축구협회 기술발전위원장 인터뷰를 읽었어요. 전문가로써 여러가지 문제점과 올바른 대안을 제시하는 인터뷰였습니다.  그 중 경기 중 지도자가 선수들에게 지시를 못하는 규정을 넣은 것이 인상적이었습니다. 경기를 하다보면 감독이 소리소리 지르며 작전을 지시하는 것을 많이 보는데 그 것 자체를 금지시킨 것이 매우 흥미로웠습니다.

질문 - 8인제 축구를 도입하면서 경기 중 지도자가 선수들에게 지시를 못하는 규정을 넣은 것도 그 때문인가?

한국 축구는 이제 지도자와 학부모를 위한 교육과 성장에서 탈피해야 한다. 11인제가 익숙하고, 변화가 두렵겠지만 발전을 위해선 필수적이다. 지도자 교육을 통해 꾸준히 설명했다. 막상 대화를 나눠보면 지도자들도 그 부분에 공감한다. 다만 그들은 현실적으로 결과에 매달리는 상황을 바꿀 수 없다고 했다. 아마 한국의 유소년 축구가 변화하기 위해선 그 고리를 끊는 게 가장 고통스러운 과정이 될 것이다. 유소년 단계에서 결과부터 따지면 어떤 정책을 도입해도 나아질 수 없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지는지 한국에 머물면서 알게 됐다. 한국 사회는 모든 일의 명분을 결과에 맞춘다. 과정이 어떻든 결과가 중요하다. 역설적으로 과정이 나쁘면 결과는 지속적으로 나올 수 없다. 어쩌다 결과가 나올 수는 있지만, 그걸 위해 어떤 비용과 희생이 투자되겠나? 독일을 비롯한 유럽의 사고는 다르다. 당장 결과가 나오지 않아도 과정을 거칠 때 미래의 안정적 성과를 기대한다. 물론 축구에서 성과라는 게 원한다고, 준비한다고 다 나오진 않는다. 독일은 브라질월드컵에선 우승했지만, 러시아월드컵에선 토너먼트도 못 갔다. 비판도 있었다. 하지만 방향과 철학은 쉽게 바꾸지 않는다. 시스템에 기반한 옳은 과정이 반복될 때 그 빈도가 높아진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한국 사회는 그런 사고와 인내가 부족하다. 축구도 당연히 이 사회의 일부다. 

 

"유소년 축구가 변화하기 위해선 결과에 매달리는 고리를 끊는 게 가장 고통스러운 과정이 될 것이다."

"한국 사회는 모든 일의 명분을 결과에 맞춘다. 과정이 어떻든 결과가 중요하다. 역설적으로 과정이 나쁘면 결과는 지속적으로 나올 수 없다."

"독일을 비롯한 유럽의 사고는 다르다. 당장 결과가 나오지 않아도 과정을 거칠 때 미래의 안정적 성과를 기대한다."

"성과가 없어도 방향과 철학은 쉽게 바꾸지 않는다. 시스템에 기반한 옳은 과정이 반복될 때 그 빈도가 높아진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한국 사회는 그런 사고와 인내가 부족하다."

예전에는 일본 축구가 그리 강하지 않았는데 지금은 우리가 쳐다봐야 할 정도로 성장했다고 생각해요. 쉽게 이길수 있는 팀이 아닙니다. 그들은 당장의 결과가 아니라 오랜 시간동안 좋은 결과를 내기 위한 방향과 철학으로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는 것 같아요. 월드컵에서도 우리보다 더 높은 레벨로 올라가는 것을 볼 때 우리도 결과에만 매달리는 그 시스템을 끊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지금은 중국이 또 치고 올라오고 있기 때문에 변화를 위한 움직임이 없다면 우린 계속 힘들 것입니다.

정말 놀라운 것은 그런 환경에서도 한국은 대단한 재능의 선수들을 내놓는다는 것이다. 솔직히 기적이라고 표현하고 싶다. 믿기지 않는다. 왜 한국이 좋은 선수가 끊이지 않는지 이해가 된 부분도 있다. 정말 뛰어난 정신력과 배움에 대한 적극적인 태도를 갖고 있다. 하지만 성장 과정에서는 자기가 판단하고 사고하는 능력이 더해져야 그런 재능이 잠재력에 그치지 않고 표출된다. 한국의 12세 이하 선수들은 지금 독일로 데려가도 아마 동일 연령대에서는 전승을 거둘 것이다. 하지만 15세, 17세, 그 이상으로 올라가면 반대로 격차가 벌어진다. 지도자가 시키는 것만 하는 축구 기계가 돼 버렸기 때문이다. 

 

인터뷰를 읽으며 생각이 많아졌어요. 저도 아이를 키우는 입장이라 부모가 시키는 것만 하는 그런 수동적인 사람이 될까 걱정이 됩니다.

성장 과정에서는 자기가 판단하고 사고하고 능력이 더해져야 그런 재능이 잠재력에 그치지 않고 표출된다.  

자가기 판단하고 사고하는 능력이 중요합니다. 눈치가 없는 것이 문제지 눈치가 있는 것은 좋은 것입니다. 그러나 남의 눈치만 본다면 더 이상 성장이 없을 것입니다. 제가 아버지께 축구하는 선수들이 생각하며 축구를 해야 한다고 말하자 아버님은 "그것은 모든 사람이 다 똑같다. 어떤 일을 하든지 생각하고 생각해서 더 좋아지려고 노력해야 한다." 이 말에 제가 반성했어요. 저부터 시키는 것만 하는 것이 아니라 능동적으로 생각하며 살아야 겠습니다. 

 

설연휴에 아버지와 좋아하는 축구를 보며 좋은 대화속에 좋은 배움이 있었습니다.